[FF2] 몽마의 미궁 ─ 비룡의 고향의 전설 (4) FF 관련 소설

 폴은 항아리에서 무슨 작은 먹이를 꺼내 비룡에게 주고 콧등을 쓰다듬었다.
 비룡의 등에 난 큰 날개가 일순 확 펼쳐져 지하에 흐르는 공기를 뒤흔들었다.
 "좋아하는 걸 주면 늘 이렇게 기뻐하지."
 폴은 너도 해 보렴, 하는 식으로 마리아에게 그 먹이를 넘겨줬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이었다.
 폴은 풀즙과 곡물로 만든 경단 같은 것이라 했다.
 이 악당에게 비룡은 더할 바 없이 소중한 공동 생활자인 듯했다.
 마리아가 폴을 따라 비룡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자 비룡도 경계를 푼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폴의 전언대로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목걸이는? 비룡과 대화할 수 있는 목걸이는 못 구하나?"
 "글쎄. 나야 녀석과 대화할 필요 따윈 없으니까. 같이 살 놈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이야기하는 편이 좋지."
 "그럴까. 안 외로워?"
 "아가씨. 당신 아직 남자랑 둘이 살아 본 적 없군. 대화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럴까!
 마리아는 살짝 오기가 생겨 다시 물으려 했지만 참았다.
 이런 폴이라도 어쩐지 과거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말야."
 폴은 계속 말했다.
 "이놈을 팔아넘기기를 포기했을 무렵 '용의 기사단'에 대한 정보를 들었어."
 "뭐?"
 "지금도 용기사의 유족들이 조용히 살고 있는 데가 있거든. 급하면 거기 가 보지 그래?"
 프리오닐은 당장 그곳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가이에게 비룡 곁에 남으라고 했다.
 "이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안 되니까."
 "쳇! 뭐야, 아직 못 믿나 보네."
 폴은 짐짓 수염을 거칠게 비틀며 불만스러워했다.
 "도적에게 한 방 먹는 건 한 번이면 족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프리오닐은 웃어 보였다.
 프리오닐 치고는 보기 드문 농담이라고 마리아는 생각했다.
 사실 프리오닐은 폴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비룡에게 제삼의 손이 뻗치는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가이, 부탁해."
 가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봤다.
 그에게 프리오닐은 모든 면에서 스승이었다.
 그래서 프리오닐이 하는 말은 자신을 걸고서라도 따를 마음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숲 속에서 만나, 사투 끝에 가이를 제압한 프리오닐이 가이의 손에 자신의 손을 맞대어 가이에게 인간임을 자각시켰을 때부터 가이가 가슴 깊이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프리오닐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이 그 후 가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되리라고는 그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레온하르트가 도적 폴을 조사하던 도중 놓쳐 버린 탓에, 황제는 보겐 백작에게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할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살아남은 비룡을 찾고 있었음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FF2] 몽마의 미궁 ─ 비룡의 고향의 전설 (3) FF 관련 소설

3

 "헤헷, 찝찝한 취미라 말하고 싶지?"
 폴은 자신의 아지트에 세 사람을 안내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마리아에게 집적거리듯 말했다.
 "그, 그런 건 아닌데."
 "무리하지 말라고, 아가씨. 뭐, 곧 익숙해질 거야."
 그곳은 지방 호족의 광대한 묘지 지하였다.
 미로처럼 얽힌 움막이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횃불이 밝혀져 있어 폴 같은 부류의 사람에게 이 이상 적당한 장소는 없을 것 같았다.
 폴은 지하에 군림하는 왕인 양, 차례로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온갖 공적들을 소개해 주었다.
 모두 전쟁 통에 뒤섞여 훔쳐 온 보물이나 멸망한 왕국의 여러 비장품 같은 것이었다.
 가끔 기이한 소리를 내는 처음 보는 작은 동물과 마주쳤는데, 그것도 모처에만 있는 진수라며 폴의 자랑담이 커지기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나 모아 놓았다니 화도 안 나는군."
 프리오닐이 질려 한숨을 쉬었다.
 "헤헷, 그렇게 대놓고 칭찬하면 부끄럽잖아, 젊은 양반."
 "그런데──"
 프리오닐은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우리 게일은? 어디 있지?"
 폴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아까 만났잖아? 너희가 게일을 산 놈 말야. 그놈에게 팔았지."
 "뭐?"
 프리오닐 일행은 아연히 얼굴을 마주쳤다.
 폴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이지만 경제활동이란 건 그런 거야. 파는 놈이 있으니까 사는 놈이 있다고. 그 반대도 있는 셈이지."
 그런 말을 하며 이 범죄자는 범죄자 치고는 묘하게 밝게 웃어넘겼다.
 프리오닐은, 아니 마리아와 가이도 이런 사람은 처음 만난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남자처럼 자기 멋대로의 논리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오죽 즐거울 수 있겠나 싶기도 했다.
 일직선으로 살아 왔다.
 힐더네도 마찬가지로 일직선으로 황제군에 맞서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소망을 이루는 결과가 될지 프리오닐에게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적 가운데는 레온하르트도 있다.
 녀석과 검을 부딪치게 되다니…….
 할 수 있을까?
 프리오닐과 마리아는 레온하르트와 만난 이래, 물론 마리아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기도 했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형과 같은 자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았다.
 그저 힐더가 군을 이끌고 행동을 개시한 지금, 한시라도 빨리 비룡을 찾아내 용기사의 싸움의 유산을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황제는 '용의 기사단'을 먼저 멸망시키고 나서 세계 제패에 나선 것인가. 프리오닐에게는 '용의 기사단'의 괴멸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황제군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지름길이라고 여겨졌다.
 그때, "어머!" 하고 마리아가 작은 감동의 목소리를 냈다.
 옛날 마리아의 어릴 적 생일에 프리오닐이 레온하르트와 둘이서 새끼 게일을 선물했을 때 들었던 환희의 목소리와 비슷하다.
 그때 마리아는 어머니의 이름을 감격스럽게 불렀지만 지금은 이렇게 외쳤다.
 "프리오닐! 봐 봐!"
 폴의 안내를 받은 그들은 이미 폴의 생활 공간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몸을 웅크리듯 하며 그들이 찾아 온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룡이었다.
 희고 반질반질한 피부에는 군데군데 전투 때의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눈은 눈앞에 나타난 자가 자기에게 위해를 가할지 아닌지를 한순간에 알아차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걱정하지 마. 널 찾아온 손님이라구."

[FF2] 몽마의 미궁 ─ 비룡의 고향의 전설 (2) FF 관련 소설

2

 "힐더님께서 바후스크에?"
 프리오닐은 금화를 그 사내에게 넘기며 되물었다.
 사내는 세 마리의 게일의 고삐를 내밀며 말했다.
 "그래. 그런 모양이군. 덕택에 고걸 들은 젊은 놈들이 발 빠른 게일을 낚아챘지."
 "그렇군. 바후스크에 원군으로 간 거로군."
 "뭐, 그렇겠지. 상당한 인원이 모였다니까. 바후스크에서 좋은 전과를 올릴 수 있으면 세상이 좀 재밌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황제군을 뒤엎을 거라곤 애초부터 믿지 않지만."
 사내는 그 말과 함께 웃고서 다른 게일을 끌고 갔다.
 프리오닐 일행은 간신히 열대림을 지나 작은 마을에 도착하여, 마주친 게일 장수에게 그들의 발을 조달한 참이었다.
 "자, 마리아. 너한텐 이게 좋겠다."
 프리오닐은 마리아에게 가장 작아 타기 쉬운 게일의 고삐를 내밀었다.
 마리아는 오빠 레온하르트를 본 후부터 아무 말도 하려 하지 않았고, 이때도 말없이 고삐를 잡았다.
 그때 가이가 그들의 상공에 뭔가의 기척을 느꼈다.
 그르르르……!?
 "무슨 일이야!?"
 프리오닐은 가이의 시선 끝에서 반쯤 무너진 건물 지붕 위를 누군가가 날래게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명백히 그들을 미행하고 있다.
 하지만 저쪽은 이쪽이 알아차린 것을 깨닫지 못한 듯했다.
 "좋아, 가이, 보지 마. 모르는 척하며 가는 거다."
 "────?"
 가이와 마리아는 프리오닐의 의도를 당장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미 게일에 올라타 걷기 시작한 그를 따르기로 했다.
 "프리오닐──"
 어떡할 셈이야?
 하고, 마리아가 게일을 프리오닐과 나란히 하며 표정을 살폈다.
 프리오닐은 드디어 마리아의 입에서 말이 나와 일순 안도했지만 사태가 사태인 만큼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금씩 게일의 발걸음을 빨리했다.
 가이와 마리아도 당연히 그에 따라, 그리고 지붕을 건너 그들을 쫓는 정체불명의 그림자도 호응하듯이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다 프리오닐은 커다란 건물 뒷골목으로 게일을 몰아 가이, 마리아와 함께 추적자 앞에서 모습을 지웠다.
 쫓아온 남자는 수염이 난 작은 체구의 남자였다.
 남자는 눈앞에서 세 사람을 한꺼번에 놓치고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더니 의외로 멍한 성격인 듯한 그 작은 남자는 "햐아아!" 하고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그때
 "널 잡아먹을 수만 있었어도 벌써 이걸 쐈을 거야."
 놓친 자들의 목소리가 남자에게 날아들었다.
 "────!!"
 남자는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목소리의 주인을 당장 찾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놓친 자들에게 세 방향에서 화살을 겨냥당한 상태로 포위되어 있음을 깨달은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헤에엑! 사, 살려 줘! 난 수상한 사람이 아냐. 폴이라고 해. 폴이라는 평범한 도적이다."
 "폴!"
 이번에는 프리오닐 일행이 놀랄 차례였다.


 "뭐!? 정말이야? 정말 비룡이 있는 거지?"
 프리오닐은 평소의 냉정함을 잃은 것처럼 폴의 얼굴을 응시했다.
 "헤헤. 그렇다니까. 이 도적 폴님이 하는 말에 거짓은 없어."
 폴은 이미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런 폴의 싹 달라진 태도에 마리아가 살짝 웃었다.
 그걸로 프리오닐은 이 도적을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
 폴은 우선 프리오닐네의 게일을 빼앗은 것을 사과하고 다시 고마워했다.
 레온하르트 일행에 잡혀 있던 사람이 폴이었는데, 그는 프리오닐 일행이 자기를 구해 주기 위해 뛰쳐나왔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도움만 받고 감사의 말도 한마디 안 해서는 이 도적 폴의 체면이 깎인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건 오랜 습성 같은 거라서. 정면으로 너희 앞에 나서는 것도 성미에 안 맞잖아. 그래서 몰래 쫓아오다가……"
 "그건 됐어. 그런 것보다"
 프리오닐이 폴의 말을 잘랐다.
 내버려 두면 언제까지라도 폴의 말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것보다, 네가 비룡을 키우고 있다는 건 정말인가?"
 "말했지. 거짓말은 안 해."
 "만나게 해 줘. 꼭 만나서 묻고 싶은 게 있다. 용기사들 이야기 말야."
 "그건 어려운데."
 "왜!?"
 폴에게 마음을 풀고 있던 마리아는 약간 말이 거칠어졌다.
 "이크, 기다려 봐, 귀염이. 아무도 못 만나게 해 준다는 말은 안 했어."
 "────?"
 "단지 만나도 말을 못 하는 거야."
 "왜 그러지. 무슨 큰 상처라도 입었나?"
 "아니, 나도 붙들고 나서 알았는데. 기사들이 비룡과 직접 이야기를 했단 말은 사실 표면상의 이야기더라고. 실제로는 어떤 특수한 목걸이를 통해 의사를 전달시켰던 모양이야."
 "뭐!? 목걸이?"
 거기까지 말한 폴은 약간 장난스런 눈으로 세 사람을 훑어보고 말했다.
 "그것보다. 당신들, 동료가 될 마음은 없나? 수입이 짭짤한데."

[FF2] 몽마의 미궁 ─ 비룡의 고향의 전설 (1) FF 관련 소설

비룡의 고향의 전설(飛竜の郷の伝説)


1

 광장에는 많은 병사들이 웅성거리며 힐더가 무장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힐더님!
 힐더님에게 영광 있으라!
 뒤이어 과거의 핀 왕국의 국가가 너나없이 불리기 시작했다.
 "힐더님──. 모두가 기다립니다."
 밍 우는 힐더의 등 뒤로 악마를 쫓는 주술을 걸며 조용히 말했다.
 마도사 중에는 백마도사와 흑마도사가 있는데, 주로 정신 면을 추구하는 자들을 전자, 신에게 다가가는 정신 수행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초인을 지향하려 하는 자가 후자였다.
 밍 우는 백마도사에 속하여 흰 두건, 그리고 흰 망토로 몸을 덮고 있었다.
 그와 달리 흑마도사는 검은색투성이로 백마도사와 구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힐더는 검은색투성이면서 흑마도사라고는 거의 생각할 수 없는 노파를 앞에 두고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힐더님."
 "알고 있습니다, 밍 우."
 힐더는 노파가 곡물즙을 모두 마시고 빨려 들듯 잠에 빠져 가는 것을 보고 그녀를 조용히 눕혔다.
 "가엾게도. 어지간히 지쳐 있었나 보네요──. 이베리나 하(イベリナ河)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밍 우는 어쩐지 마음 내키지 않아 하는 표정으로, 그러나 깊이 고개를 숙이며 황공해했다.
 힐더는 밍 우가 의도하는 바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 젊은이가 힐더의 진영에 이 노파를 데려왔을 때 밍 우는 어떤 신비한 영력을 감지하고 그것을 힐더에게 알린 것이다.

 "힐더님. 이자는 주의하시길──"
 "무슨 뜻인가요. 밍 우."
 그때 힐더는 밍 우에게 되물었다.
 "흑마도사이기 때문입니까?"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백마도사라 해서 흑마도사 모두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자는 흑마도사가 아닙니다."
 "뭐라고요?"
 "아마 이 의복은 누가 주었거나, 어떤 이유로 입고 있을 뿐일 겁니다. 그것보다."
 거기까지 말하다 밍 우는 말을 멈췄다.
 "그것보다?"
 힐더는 매사를 정확히 이해하기를 선호하는 여자였다.
 자기에게 닥친 그때의 비극만 해도 그녀는 결코 직시하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뭐지요?"
 밍 우는 흰 두건 아래로 다시 조아리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어떤 막연한 영력이 느껴집니다."
 "막연하게? 그건 무슨 소리죠?"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이 노파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자의 영력이 씐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뭔가 외적인 힘이 이자의 기억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힐더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 밍 우를 떠올리며 몸에 지닌 무구를 정돈하고 눈앞의 백마도사를 돌아봤다.

 "밍 우. 그대가 걱정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제가 없는 동안 이분을 잘 부탁합니다."
 "그건 물론입니다."
 광장에서는 여전히 핀 왕국의 국가가 들려오고 있었다.
 힐더 진영은 미스릴이라는 광석을 얻어 더욱 강력한 무기를 입수해 있었다.
 프리오닐 일행처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자들을 제외해도, 과거 핀 왕국군의 수 분의 일 정도의 세력까지는 불어나 있었다.
 그리하여 이제 힐더는 그 전군을 거느리고 북쪽의 요새 바후스크(バフスク)에 총공격을 감행하려 한 것이다.
 "힐더님. 부디 무사하시길."
 "고마워요, 밍 우."
 힐더는 핀 왕국의 왕족에게 전해지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땅을 핥듯 휘두르고 허리에 찼다.
 그것은 힐더가 검을 찰 때의 버릇이었다.
 바로 소라프라는 구기에서 볼을 튀길 때의 요령이었다.
 남편 스코트가 그것을 몇 번이나 목격하고 힐더를 놀린 적도 있었다.
 "힐더는 검을 연습할 때도 소라프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구나."
 그러면서 웃는 남편의 얼굴을 힐더는 지금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는 남편의 얼굴이 모두 밝고 다정한 것으로 가득하기에, 그것을 그녀에게서 빼앗은 자에 대한 원한이 더한층 깊게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었다.
 핀 왕국의 짧은 노래는 힐더가 느낀 것만 해도 몇 번이고 되풀이되고 있었다.

 머나먼 산에
 신의 은총 쏟아지고
 맑은 강물에
 아름다운 생명 태어나는
 아아 핀 왕국
 ──영원하라!

 遥かなる山々
 神の恵み 降りそそぎ
 清らかな 河の流れに
 美しき生命 生まるる
 ああ フィン王国
 ──永遠なれ!


 힐더는 그 노래를 기억 속의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곧 그 환상을 벗어던지고 자세를 고친 후 계속 걱정하고 있던 자들을 생각했다.
 "그분들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밍 우는 그것이 프리오닐 일행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금새 알았지만 그들 대신 그들을 대면시킨 자로 맞췄다.
 "힐더님──. 고든님은? 고든님은 이 전투에 참가하시지 않는 겁니까?"
 "밍 우."
 "예."
 "고든은 물론 이 전투에 참가하겠다고 고집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딱 잘라 거절하자 어디론가 나가 버렸습니다."
 "────!"
 힐더는 그렇게 내뱉고 밍 우를 남기고 광장 쪽으로 나갔다.
 밍 우는 이미 조용히 잠들어 숨소리를 내고 있는 노파를 일순간 쳐다봤으나, 곧 힐더를 배웅하기 위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광장 쪽에서는 이내 힐더가 나타나 대환성이 일었지만 노파는 그 소란에도 잠에서 깰 기미가 없었다.
 평온한 양달에 평온하게 잠든 노파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 노파가 에베르타네 사육제 밤, 처녀 계곡을 떠돌며 엘마, 그리고 레온하르트와 만난 적이 있음은 확실했다.


[FF2] 몽마의 미궁 ─ 열사로부터의 외침 (7) FF 관련 소설



 "그렇지만 확실히──"
 나무 열매의 즙을 짜 마시고 프리오닐은 머릿속이 정리된 것처럼 명확히 말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갓 엉망이 된 저택들을 여럿 봐 왔지."
 그것은 마리아로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었다.
 약탈의 현장에 맞닥뜨리지는 않았지만 두서너 명의 가족이 베여 죽어 있고 저택 안은 난폭하게 물색된 정황이 역력했었다.
 레이라의 말처럼 황제군의 약탈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그때, 가이가 다가오는 기척에 온 신경을 경직시켰다.
 "왜 그래, 가이!"
 게일 떼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그들 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약간 내려간 오솔길 쪽에서 들렸다.
 가이는 바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게일 무리에서 바람이 불어 가는 쪽에 서도록 프리오닐 일행을 유도했다.
 게일 위에는 다갈색의 망토를 두른 남자가 타고 있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한 줄로 게일을 달리게 하고 있다. 그리고 나부끼는 망토에는 파라메키아의 기치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또 한 떼의 게일 한 마리에는 자그마한 남자가 묶여 있었다. 미시디아 지방의 전통적인 직물로 푹 감싸여 있었지만 수염이 난 얼굴이 언뜻언뜻 보였다.
 황제군 병사가 그 남자를 어디론가 연행하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병사의 수는 대략 십 수 명.
 붙잡힌 남자가 설령 육친이라 해도 당장 뛰쳐나와 맞설 수 있는 수가 아니었다.
 프리오닐은 이 무리를 그대로 지나치기 위해 두 사람에게 숨을 죽이도록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때 마리아의 눈이 더할 나위 없는 놀라움으로 크게 뜨여 있는 것을 느꼈다.
 왜 그래, 마리아!
 프리오닐은 경련하는 마리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때 마리아는 사냥의 명수인 그녀임에도 전혀 상황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마리아의 두 눈은 일직선에 있는 한 점을 주시하고 있었다.
 뒤이어 지금까지 혼의 밑바닥에 갈무리해 넣었던 것이 한순간에 몸을 뚫고 나오듯, 마리아는 외쳤다.
 "오빠!"
 여인이 다시 한 번 그렇게 외쳤을 때 레온하르트는 허리의 사브르를 마리아에게 내려치고 있었다.
 파팟!
 프리오닐이 구해줄 것도 없이 마리아가 활로 그 사브르를 받아 내고 있었다.
 그때 마리아는 줄곧 어렴풋이 느끼던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다.
 레온하르트는 역시 전의 에베르타네 사육제 밤, 처녀 계곡에서 누군가와 만나 무언가에 홀린 것이라고.
 프리오닐을 공격한 그때의 엘마처럼!
 마리아는 샘솟는 눈물에 오빠의 모습이 흐려져 보였지만 눈물만 닦으면 다시 전처럼 다정한 오빠의 얼굴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려 했다.
 그러나 레온하르트는 연이어 마리아를 때려눕히려 했다.
 "그만둬! 레온하르트! 동생을 못 알아보겠나."
 마리아를 감싸듯 프리오닐이 레온하르트의 사브르를 받았다.
 지금의 레온하르트에게는 분명 동생 마리아보다 프리오닐 쪽이 흥미의 대상이었다.
 "기억하고 있다, 프리오닐."
 "──!?"
 프리오닐은 레온하르트의 잔인한 미소에 불안해졌다.
 "네 실력은 내가 제일 잘 알지. 나와 함께 와라. 황제를 만나게 해 주마."
 "무, 무슨 소리야, 레온하르트!"
 "모든 것은 힘이다. 힘을 가진 자만이 이 세계를 다스릴 수 있다. 나와 함께 와."
 "오빠……. 오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마리아는 정신이 멍해 있었다.
 "자, 이걸 봐. 떠올려 줘."
 동생은 오빠에게 받았어야 할 활을 보였다.
 "가이가 말야. 가이가 무너지는 집에서 가져와 준 거야."
 레온하르트는 다시 다가오려 하는 동생에 증오를 느꼈다.
 그에게 있어 애정은 증오를 느끼게 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오빠는 동생에게 사브르를 던졌다.
 이미 마리아에게 그것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레온하르트의 살의를 느낀 가이가 땅을 박차고 마리아를 들이받듯이 하여 사브르를 피했다.
 사브르는 엉뚱한 곳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땅에 꽂혔다.
 그르르르…….
 가이에게 재회한 이 남자는 이미 완벽히 적이었다. 동물의 경계심으로 목을 울리며 자세를 잡았다.
 세 사람 모두에게 형이었던 남자는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다시 한 번 프리오닐에게 되물었다.
 "프리오닐. 나하고 와라."
 그런데 그때 게일이 한 마리 뛰쳐 나가 레온하르트의 부하들을 당황케 했다.
 잡혀 있던 작은 남자가 틈을 봐서 게일을 도망치게 한 것이다.
 "잡아──! 저 자를 놓치면 안 된다!"
 레온하르트가 위협하듯 외치자 병사들은 즉시 행동에 옮겼다.
 통제가 잡혀 있는 그 행동에서는 각자의 의지를 느낄 수가 없었다.
 레온하르트는 고삐를 당기며 자세를 바로하고 프리오닐에게 내뱉었다.
 "프리오닐. 영예를 얻으려면 홀가분해져야 한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데 매달리면서 승리를 거둘 순 없어!"
 "레온하르트! 들어! 너는 뭔가에 홀려 있는 거다. 미시디아의 마도사를 찾아가."
 프리오닐은 그렇게 소리쳤지만 그 고함은 레온하르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프리오닐. 다음에 만날 때는 기다려 주지 않겠다!"
 그 말을 남기고 레온하르트는 게일의 발굽을 돌려 부하들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게일의 발굽 소리가 멀어지고, 정적이 세 사람에게 남겨졌다.
 하지만 그 정적은 영원한 정적처럼 느껴졌고, 세 사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갔다.


('열사로부터의 외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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